[앵커]
아기 울음소리가 귀한 시댑니다.
한국 여성은 평생에 걸쳐 0.81명을 출산하는 걸로 집계됐는데요.
지방으로 가면 더 걱정입니다. 어린시절 다니던 초등학교를 다시 입학한 노인들이 있는데요. 그 이유가 서글픕니다.
현장 카메라 황규락 기자입니다.
[기자]
이곳은 충남 부여군의 초등학교 앞입니다.
그런데 이 학교에는 어린 학생들 대신에 마을 어르신들이 모인다고 하는데요.
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, 직접 들어가보겠습니다.
교실은 85명의 어르신들로 꽉 찼습니다.
마을에 학생이 없어서 초등학교가 노인대학이 된 겁니다.
60년 전엔 전교생이 700명을 넘었지만, 4년 전 폐교 당시엔 60명에 불과했습니다.
[최영혁 / 충남 부여군]
"(6학년) 1반, 2반이 120명 됐어요. (전체 학교에요?) 전체 학생이 750명이 됐어요. 저 졸업할 때만 해도."
부여군의 경우 2018년 200명에 달하던 신생아 수가 130명으로 급감했습니다.
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며 전체 인구도 해마다 1천 명 씩 줄고 있습니다.
[강언년 / 충남 부여군]
"많이 줄었지. 우리 마을엔 한 명도 없어 초등학생이. 아기도 생기고 젊은 사람이 생겨야지."
인구 소멸 위기는 소도시만의 일이 아닙니다.
이곳은 부산 영도의 오래된 주택가 골목입니다.
보시다시피 곳곳에는 문이 잠긴 채 빈집으로 남은 곳이 많은데요.
이 골목에만 스무채 정도의 주택 중 13채가 사람이 떠난 채 빈 집으로 남아 있습니다.
손잡이는 녹슬었고, 우편함에는 오래된 우편물이 그대로 쌓여있습니다.
[남옥이 / 부산 신선동]
"(예전엔) 버스 한 대 내리면 사람이 줄 서서 올라가요. 집에 들어간다고 퇴근할 때 되면. (지금은) 어떤 때는 무서워서
문도 7시 되면 잠가버려요."
동네 슈퍼마켓 매대도 텅 비있습니다.
[강하자 / 슈퍼마켓 사장]
"전에 장사 잘될 땐 (물건도) 많이 있었어요. 요센 동네에 이사가서 사람이 없어요."
조선 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영도는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렸습니다.
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소멸 도시는 89곳.
서울과 세종시만 제외하고 전국에 퍼져있는 인구 소멸 도시에 정부가 총 10조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.
지자체 노력으로 청년들이 돌아오는 곳도 있습니다.
양진영 씨는 서울에 살다가 3년 전 경북 의성에 카페를 열었습니다.
창업하면 2년간 연 3천만 원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 덕분입니다.
[양진영 / 의성군 카페 사장]
"저 때문에 친구들이 의성에 처음 와본 경우도 많아요. 제가 왔으니까 놀러왔거든요."
숙박과 식사를 제공해 무료로 살아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에도 청년 지원자들이 많습니다.
[최형근 / 의성군 살아보기 참가자]
"우선 여기서 경험을 많이 쌓기도 했고. 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많다는 걸 알아서 만약 (선택)하게 된다면 의성으로 할 것 같습니다."
결국 일자리와 관계인구라는 개념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.
아기들의 울음소리가 끊긴 마을, 청년들이 떠난 도시, 노인들이 지키는 학교.
늙어가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가 되고 있습니다.
현장카메라 황규락입니다.
영상취재 : 이호영
영상편집 : 변은민
황규락 기자 rocku@ichannela.com